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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[매일신문 03/12/23] 김정열의 성의보감...갱년기
글 쓴 이 :  운영자 등록일 :  2005-07-20 14:22:42 |  조회수 : 2069

진료과의 특성상 비뇨기과, 특히 '남성' 문제로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은 밖
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. 환자들 자신도 이런 문제
로 의사를 찾아야 하는 것인지, 아닌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상담부터 요청
하는 경우가 많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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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런 환자일수록 병원 문턱을 넘기가 정말 힘든 모양이다. 실제로 상담해
보면 40대 이상 남성들에게 흔한 갱년기의 자연스러운 일부 현상에 불과한
데도 당사자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하소연을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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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가 하면 부부가 나란히 손잡고 방문해 진지하게 의사와 상담을 하고 부
부간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해결책을 찾아보려는 경우도 있다. 요즘 말
로 '쿨'한 중년부부인 셈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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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중에 인상적인 한 부부가 있었는데 특히 부인의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.
부인은 남편이 남성 갱년기의 자가진단을 위한 설문에 답하고 검사를 위해
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 설문지를 읽어본 모양이다. 설문의 내용은 다음
과 같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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△성적욕구가 감소되었다 △의욕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△근력이나 지구
력이 떨어졌다 △키가 줄었다 △삶에 대한 즐거움이 줄었다 △슬프거나 불
만이 있다 △발기의 강도가 예전같지 않다 △운동할 때 민첩성이 떨어졌다
△저녁 식사 후 바로 졸린다 △일의 능률이 떨어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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위의 문항 중 첫번째나 일곱번째 문항에 해당되거나, 나머지 중 3개 문항
이 해당되면 남성 갱년기의 가능성을 의심한다. 이를 다 읽어 본 부인이 말
하길, "선생님,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40대 남자도 있나요", "…"
.
하기는 그렇다. 이런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내용을 포함한 설문이라면
아마 대한민국 40~50대 이상 남성은 거의 다 '갱년기 증후군'에 시달린다
고 믿어도 과언이 아닐지 모른다. 참으로 우문에 현답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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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편은 검사 결과 특별한 기질적 이상이나 남성호르몬의 감소는 발견되지
않았다. 그래서 요즘 많이 시도하는 경구용 발기 유발제를 필요에 따라 복
용해 볼 것을 권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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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랬더니 남편은 "그런 일시적인 약 말고, 꾸준히 장기 치료를 받더라도 예
전과 비슷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다른 치료방법은 없을까요"라고 물었
다. "아이구…. 여보, 제가 모르기는 해도 어디 그런 게 있을라구요. 그리
고 몸에 이상없다는데 뭐가 또 그렇게까지 필요해요"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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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말 진료비를 의사인 필자가 받아야 할지, 부인에게 돌려줘야 할지 모를
지경이었다 남편에게 이상이 없다는 결과에 기뻐하는 부인과 부인을 기쁘
게 해 줄 묘약이 없다는 의사의 김빠진 설명에 실망한 남편이 나란히 병원
문을 나서는 모습이 정말 의사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.

 
      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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